“전기산업의 포텐셜이 인류 문화까지 바꾼다”
전기산업은 거의 완벽한 전력수급 등을 비롯해 그동안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한 국가 기간 산업으로써 충실한 역할을 해왔다. 전기 품질 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전기요금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저렴해 소비자는 최고의 조건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최적의 전기 인프라로 우리나라는 노동집약접 산업에서 공업 입국을 거쳐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달성해 반세기만에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부터는 종전의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선진국 간의 경쟁체제에 진입해 반드시 새로운 무언가를 갖춰야 한다.
그 해답에 대해 문승일 전기서비스포럼 회장은 전기 분야의 포텐셜과 그 가치에 주목하고 국가 주력 산업군의 전면에 전기산업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글 / 서강석(suhgs67@hanmail.net)
국가경제에 전기산업이 과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나?
대한민국 경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은 20세기형 성장으로 공장을 세우고 이에 따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 한계에 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6대 성장엔진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 미래가 불확실하다. 20∼30년전 상황에 맞춰 설계된 현재의 포맷을 전환하려면 종전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신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수요가 발생하면 에너지 공급을 증가시키는 방식은 앞으로 어렵고, 성장동력 차원에서 전기산업의 포텐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화석 연료가 신재생에너지로,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대대적으로 전환되면 인류의 문화가 변화된다.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단순한 산업 제품이 아니라 생활 패턴을 바꾼다.
인류 문명은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따라 변화했는데, 이제는 그 중심에 전기가 있고 그 쓰임새에 따라 인류의 생활 모습이 변화된다.
우리나라 전기산업은 발전, 송배전 등 전통적인 전력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큰 포텐셜을 찾기 힘들다. 전력 설비 증설에 대해 국민의 반대도 많아 기존의 전력산업은 한계가 있다.
전력 분야는 보수적이어서 변화를 반기지 않고 있는데, 그럴수록 스스로 위축되고 만다. 기회를 활용하려면 기술력과 함께 전기산업을 재인식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는 100년 정도의 물량이 남아 있어 이대로 1,000년이 지난다면 아주 황당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전기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진입하는 모티브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거대한 장치가 작은 규모로 변환되면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 전력망이 마이크로그리드로 바뀌고 원전과 화력 발전 등이 소규모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돼 생활 속으로 파고 든다.
이러한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중요한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ICT 기술인데, 이는 단지 중앙 집중식 관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으로 가정마다 사용할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신기술에 ICT가 활용되면 지금보다 매우 현실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아직도 ICT 접목은 미진하다고 본다.
또 하나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이다. 이는 에너지의 실시간 흐름인 전기를 담을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전기를 저장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전기 효율이나 전기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발전 설비까지 대신할 수 있게 된다.
ESS가 대량 보급되면 100만kW급의 원전을 대체할 수 있고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분산전원으로써 수용가에 가까이 설치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적인 편익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훨씬 큰 경제성을 갖게 된다.
한편, 이러한 변화의 최종 귀결점은 전기차동차로 판단된다. 전기차는 에너지신기술의 종합체이고, 100만대를 넘어 1,000만대 수준으로 상용화가 진전되면 원전 수십기에 해당하는 발전소가 이동하게 되는 셈이다.
아직 이런 향후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세계의 에너지 지배 구조에 있다. 세계 메이저 기업 중 1위에서 5위가 석유 회사이고 이들이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ESS 기술과 스마트그리드 실증 경험을 전기자동차에 연결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정부 정책 중에 하나인 보조금 제도에서 벗어나 한다. 1,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없으면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보조금으로는 우리나라 여건상 많아야 1,000대에서 1,500대 정도만 상용화될 수 있는데 이는 시간 낭비이고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기자동차가 집중적으로 운행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으로 제주도를 손꼽을 수 있다. 정부가 보조금 대신에 충방전 인프라를 구축해 수만대에서 수십만대가 운행될 수 있는 상태계를 조성해야 된다고 본다. 보조금 없이도 대규모 생산과 보급으로 가격 인하를 이끌어 내야 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전기차은 진정한 의미에서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 개조차로 볼 수 있다. 엔진, 변속기 등등 지금의 자동차 외관과 구조에 배터리만 대체한 자동차여서 앞으로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된다고 본다.
이러한 전기자동차가 5만대 정도만 생산돼 운행되더라도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소비자의 선택도 대폭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는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고, 요즘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전기산업의 커다란 잠재력을 십분 활용해야 하고, 그 중에서 전기자동차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성을 극복할 방법은?
해외 진출 시에 작은 기업은 신뢰가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트랙레코드가 있어야 되는데, 스마트그리드의 사업을 더욱 확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부가 디자인해서 이를 해결하고 민간 차원에서는 한국전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국내 전기산업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브랜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 정부가 통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남북이 만나고 논의할 수 있는 적절한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우리의 주변국 이해 관계도 있어 이를 고려한 동일한 주제가 있어야 되는데, 이 또한 전기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전력 공급을 포함한 전기산업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역사적인 사명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가 통일의 시작이 되고 통일은 전기로 마무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