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직류 배전망과 교류 배전망의 손실 비교(자료 제공 : 한전)
결국, 교류로 송전 및 배전을 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분야와 기기에서 교류를 직류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고, 이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적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에 더해 에너지 분야의 패러다임이 변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비롯한 분산전원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직류 발전원이 확연히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직류 세상의 연결고리
전기 분야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여긴 ‘(대용량의) 전기는 저장할 수 없다’가 바뀐 대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발전한 ESS가 전기를 저장해 전기 산업은 물론이고 사회, 경제, 문화 등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봇물 터지듯이 다양한 쓰임새가 발굴되고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솟구쳐 나오고 있다. ESS의 용도는 하루가 멀게 확장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력망에도 이미 주파수조정용 ESS가 도입돼 안정성과 경제성 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어 수출까지 진척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ESS가 직류원이라는 점이다. ESS는 전력 품질로 문제가 되었던 신재생에너지원의 해결 방안이 되었고, 분산전원을 도입하게 될 경우에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총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신산업에서는 반드시 필요해 직류 세상으로 이끄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ESS의 용도는 산업용, 전력용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정까지 보급될 전망이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직류배전과 ESS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있다. 직류 수요처 증가, 경제성 확보, 직류원인 ESS의 확대가 저압 ‘직류’ 배전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로 직류배전 기술 확보돼
우리나라의 유일한 전력 대기업인 한전은 그동안 직류배전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한전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에 ‘DC배전 타당성 연구’가 시작되었고, 2010년에 ‘DC배전 표준화 설계 및 핵심기술 개발 전략 수립 연구’가 진행됐다.
이때부터 직류배전이 필요한 지가 검토되었고, 어떻게 개발할 지가 연구되었다. 그 이후에는 기술개발에 착수해 2012년 ‘LVDC 배전계통 및 요소기기 설계 연구’, 2013년 ‘DC 배전방식 추진 T/F 운영’이 추진돼 경제성 검토까지 이뤄졌다. 또한, 직류배전을 위한 기술적인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표준전압과 공급방식 검토’, 요소 기술인 접지, 보호, 기자재 등의 개발, 직류배전용 전력변환기 개발 등의 결과물을 속속 내놓았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2년전부터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실증 사업이 추진돼 2014년에는 ‘DC배전 실증인프라 구축’, 2015년에는 ‘DC 독립섬 비즈니스모델 개발’과 ‘LVDC 사업화 모델개발 및 MVDC 기술개발 타당성 조사 연구’ 등으로 이어져 직류배전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현재에는 고창에 직류배전선로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으며, 서거차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해 가정에 직류를 공급하는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서거차도에서는 주민이 원할 경우 가전기기에도 직류가 공급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가전기기는 특별한 장치를 부착하지 않아도 가전회사에서 제품을 조정하면 직류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림 2. 고창 직류배전 실증인프라 구축안(자료 제공 : 한전)
그림 3. 고창 신재생 연계 저압 직류배전 실증선로 계통도(자료 제공 : 한전)
그림 4. DC배전 독립섬 실증사업(자료 제공 : 한전)
해외에서도 직류배전 실증, 비즈니스 모델 가속화 전망
직류배전은 해외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누시마섬의 실증사업, 핀란드 Suur-Savon의 저부하 장거리 저압 직류배전 실증, ABB의 Nupharo park 프로젝트, 미국 EPRI 전력용 반도체 응용변압기 등이 있다. 이들 실증 사례의 특징은 마이크로그리드 또는 분산전원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교류 방식으로 되어 있는 현재 시스템을 일시에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시에 바꾸려면 막대한 자원과 중복 투자가 될 수 있어 우선적으로 섬, 특수 지역, 신생 지역 등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울릉도를 비롯해 친환경에너지자립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기존의 디젤발전을 ESS와 연계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있다. 초기에는 디젤을 일부 운용하고 추후에는 모두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육지에서도 마이크로그리드가 구현돼 풍력과 대용량 ESS가 연계되기 시작했고, 산업단지에도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직류배전이 서거차도에서 실증을 마치면, 섬이나 육지에서 구축되는 마이크로그리드에도 직류배전이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직류배전을 주도하고 있는 한전의 관계자는 “직류배전이 전력변환 손실을 줄여 분명히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직류배전을 통해 또 다른 창조적인 그 무언가를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는 단지 직류배전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갖고 있지만, 직류배전은 세상을 바꾸는 모멘텀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야흐로 직류배전은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커다란 물결 속에서 교류를 대신한다는 혁신성을 내세워 엄청난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꼭 주목해야 될 분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