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의 거대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에너지 절약 차원을 넘어 수요관리가 분명히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누구라도 절약 방안을 강구하자는 구호성 계획이나 ICT를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으나, 시대적인 흐름과 에너지 소비 현장의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면, 피상적인 추정과는 판이하게 다른 다양성이 존재하고 해결해야 될 기술적 요소가 산적해 있다. 게다가 에너지 설비와 소비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정량적인 성과 면에서 스스로 실망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수요관리와 연관된 각 분야별 시스템 공급자들과 에너지 소비 당사자가 함께 성과를 달성하는 ‘수요관리 융복합’이 필요하게 됐다.
글 / 서강석 편집장(suhgs67@hanmail.net)
저유가의 혼돈에 들어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최근 유가를 중심으로 세계 에너지 주도권이 요동치고 있어 다시금 에너지가 경제와 안보의 중대 사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저렴한 셰일가스를 앞세우며 국제적인 산유국으로 변모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당장은 에너지 비용이 줄겠지만 저유가는 에너지 주도권을 둘러싼 산유국들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어 향후 에너지 시장 전망은 좀처럼 쉽지 않고 낙관적인 결과만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치솟는 유가와 유례 없는 전력난을 동시에 겪었던 우리나라는 국가 에너지 운영 면에서 단기적으로 호재이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 본질적으로 에너지는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늘 필요하다.
저유가 시대에도 수요관리 정책은 필수
일시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일희일비는 단기적인 손익 계산에 불과해 에너지 정책의 근간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소비 에너지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확보라는 지상 과제를 해결하면서 국가의 장기적인 에너지 믹스를 계획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국제 에너지 시세가 롤러코스터를 타더라도 에너지 공급은 항상 충분히 여유가 있어야 하며, 최종 소비 에너지로 낙점되고 있는 전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싸서 에너지 소비 행태가 전기로 크게 바뀌더라도 전기는 요금 말고도 사용하기 편리하고 대규모 생산에 적합해 전기 소비자에게 제한적인 사용을 강권할 수는 없다.
누구나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를 사용할 권리가 있고, 이를 충족할 수준의 전력과 에너지는 공급자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다만, 과소비에 대해서는 분명히 더 큰 경제적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에 절약해야 한다.
에너지 확보와 에너지 절약은 제1차적인 관건이지만, 또 다른 핵심적인 에너지 정책은 수요관리이며, 이는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이용한 재화의 확대 재생산과 일상생활의 편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소비할 수 있어야 하되 최적화된 소비에 근접한 효율적인 소비가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제반 노력이 수요관리이다.
궁극적으로 에너지는 유한한 자원, 탄소 배출 환경, 에너지 수입 의존도, 에너지 공급 설비 증설 등의 제약 요소가 있어 에너지 가격에 상관 없이 수요관리를 항상 시행해야 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및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에서 수요관리로
전등 끄기, 플러그 뽑기, 엘리베이터 이용 줄이기 등의 에너지 절약은 눈에 보이고 생활 패턴의 작은 변화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이는 현재까지 경험한 것처럼 일정한 수준의 가시적인 성과 이상을 도출하기 여럽다. 또한 이는 전기를 사용하려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요를 감축하는 이른바 편익의 축소를 감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에너지 절약도 수요관리의 한 방법이지만, 그 이면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며 규모 면에서 훨씬 큰 방법과는 거리가 멀어 수요관리보다는 수요 감축에 가깝다.
최근의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기존의 방법보다 계산이 복잡하며, 시스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툴인 EMS(에너지 관리시스템, Energy Management System)는 외국에서 상당히 개발돼 솔루션이 즐비하고 국내에서도 정책적으로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물론 초기 보급 단계에는 있는 EMS가 보편화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EMS는 특성상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 양태를 반영한 맞춤형으로 운용되야 하기 때문에, 심지어는 아무리 범용 제품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국내외에서 출시된 온갖 기능이 탑재된 풀 사양의 제품들은 과도하게 기능이 많고, 소비자들의 에너지 사용 상황이 워낙 다양해 제대로 들어 맞기 힘들다.
ICT 접목돼 수요관리 시스템 다양해져
대략적으로 수요관리와 연관된 시스템을 보면, EMS를 중심으로 상위에는 ERP, MES가 있고, 하부에는 ESS, DR, ESCO, ISO 50001 등이 있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기업의 내부 인트라를 통해 경영, 기획, 재무, 회계, 인사 등의 관리 이외에도 기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계획과 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내 정책도 반영된다.
MES(제조실행시스템,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는 제품을 실질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공장의 생산 계획과 설비를 운용하며, 차질 없는 생산이 최우선이고, 공정 자동화와 원가 절감 등이 상시 관심의 대상이 된다.
3∼4년 전부터 MES 분야의 ISO와 관련해 공정 자동화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이 추진되고 있으며, ISO TC 184 SC5와 ISO TC 65 SC5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한 ISO TC 184 SC5의 WG9과 WG10에서는 공정 효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특히 WG10에서는 에너지 효율의 국제 표준화가 준비되고 있다. MES에서 시도되고 있는 에너지 효율을 비롯해 생산 계획의 효율적 운용은 수요관리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EMS는 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등으로 수요처를 중심으로 구분되며, 총체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고 추후에는 MES와 거의 병렬로 연결되는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 Energy Storage System)는 대용량의 배터리로 충방전 속도와 용량이 크게 향상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에 충전해 전기요금이 비쌀 때 사용하거나 한전에 되팔 수 있는 장치로 비상발전기, 신재생에너지 전력 품질 개선, 발전 주파수 추종, 전기자동차 등에 널리 보급되고 있다.
DR(수요자원관리, Demand Response)은 수요관리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전력량을 전력거래소에 등록해 전력 사용을 일시 중단하면 전기요금의 수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전력 피크 감소나 SMP 저감에 기여하게 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력거래소에 수요자원 시장이 개설됐으며, 올해 시장 규모는 대략 2,000억원대로 전망되고 있다.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Energy Saving Company)는 에너지 소비 진단, 에너지 절약 컨설팅, 고효율 기기 보급 등을 수행하며 대부분 정부 시책에 맞춰 에너지 소비자에 절약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ISO 50001은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국제표준이며,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다양한 이행 방안과 이에 따른 감축 지표를 공식적으로 인정 받게 해준다.
이외에도 수요관리에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앞서 열거한 수요관리 방법들이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으며 초기 단계의 비즈니스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수요관리 공급자 외침에 소비자는 어리둥절
수요관리의 각 분야별 시스템은 실증을 거쳐 이제 상용화되었고, 에너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을 원하는 소비자는 각 분야별 수요관리 시스템 공급자들의 동일한 비즈니스 대상이 되고 있다.
공급자들은 각자 개발한 수요관리 시스템이 에너지 절감을 달성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초기의 수요관리 시장은 정부 과제 중심의 실증에서 막 벗어 나는 단계여서 소비자에게 확실한 정량적 성과를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공급자 중심의 마케팅 상황에서 소비자는 각 시스템 공급자들이 제안하는 생소한 에너지 절감이나 수요관리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 확신이 서지 않고, 제시하는 개별 시스템의 성과가 기대보다 적다는 사실과 전반적인 관리 부담으로 인해 난감해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는 각 시스템들을 스스로 정리하고 종합해서 운영 설비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각 시스템별 에너지 절감이나 수요관리 성과를 직접 모두 계산하고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생산 설비가 대규모인 경우에는 생산 계획과 맞물려 있고 생산 설비의 안정적인 운용이 가장 중요한데, ICT화된 시스템이라고 해도 생산 설비의 부하 특성이나 에너지 소비 행태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제안하고, 플러그앤플레이처럼 간단히 적용할 수 없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의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일부 수요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는 일도 썩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관리 시스템 공급자들의 일방적인 외침은 소비자의 공감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전통적인 에너지 절감이나 고효율 기기 보급 등에 눈을 더욱 고정하도록 만들고 있다.
수요관리 생태계 단절, 해법은 수요관리 융복합
전통적인 에너지 절감을 뛰어넘는 수요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각 수요관리 시스템들은 거의 개별적인 상태여서 생태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각 시스템 공급자들이 마케팅 현장에서 외면당하는 등의 피부로 느낀 경험으로 인해 시스템 연계를 추진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MES와 EMS, EMS와 ESS, EMS와 DR, ESS와 DR, DR과 ISO 50001, ESCO와 ISO 50001 등으로 시스템이 연계되고 있다.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각 시스템들의 비즈니스 대상이 동일해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한편으로 이러한 현상은 각 시스템 공급자들이 각자의 분야 말고는 아직까지 수요관리 시스템들의 전체적인 효용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현재는 수요관리 소비자가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이를 위한 공급자들의 시스템들이 준비되어 있어도 동상이몽 바로 그 자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의 각 시스템들을 융복합하는 방법으로 수요관리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하며, 개별 성과를 합산하고 이를 시너지 효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수요관리는 시스템 간의 연계를 기반으로 융복합화를 실현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으며, 각 시스템의 특성에 대한 공급자 간의 이해의 폭도 넓어져야 한다.
ERP와 MES 수준에서는 그동안 에너지 절감보다는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힘을 기울였으며, 최근에서야 MES 분야에서 공정 혁신을 통한 에너지 효율 지표가 마련되고 있다. EMS가 MES와 연계되면 수요관리를 반영한 효율적인 생산 계획 운용으로 효과가 더욱 증대될 수 있고, ESS도 공급 단가 하락, 성능 향상, 적용 분야 확대 등이 가속되고 있어 수요관리에 직접 및 간접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DR과 ISO 50001은 직접적인 수요관리 시스템이기보다는 수요관리의 부산물로 또 다른 수익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ESCO는 에너지 절감 방안을 확대해 수요관리까지 아우르는 관점에서 에너지 소비 진단과 컨설팅이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도 융복합에 참여해야
수요관리의 각 시스템들이 개별적으로 전개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통합해야 하는 이유는 개별 사업의 수익성 부족, 시스템 간의 생태계 단절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는 공급자 측면에서 해야 할 일이다.
수요관리 성과를 위해서 꼭 추가돼야 할 사항은 소비자가 보유하고 있는 설비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며, 이는 공급자들이 할 수 없고 소비자의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에너지와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 및 부하 특성, 생산 및 설비 운용 계획 등을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공급 시스템들의 연계나 융복합만큼이나 소비자 설비에 융복합 시스템을 적용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생산 설비의 안정적 운용을 전제로 하면서 기술적으로 융복합 기술을 구현하는 일은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지만 성공적인 결과는 종전의 에너지 절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에너지 절감 이외에 생산성 향상, 더 나아가서는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예상치 못한 부수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수요관리 융복합 컨소시엄 필요
한편, 지금 상황에서 수요관리 시스템 공급자가 단독으로 융복합 솔루션을 모두 손을 대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한 투자 대비 수익 면에서도 비현실적으로 비춰진다.
일부 시스템 간의 연계는 가능하지만 모든 시스템 분야에 투자하는 일은 너무 방대한 일이고 막대한 인력과 장기간의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수요관리 시스템 사업이 단독적으로 이윤이 보장될 때까지는 수요관리 융복합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컨소시엄 형태가 가장 적절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또한, 수요관리 시스템 공급자들은 소비자의 특성, 즉, 산업군별 특성에 맞는 수요관리 융복합 컨소시엄들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전문성을 축적하고, 정부는 과제를 통한 지원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산업군별 컨소시엄들이 상당수 출현하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 활성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