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에 의해 입법 발의됐고, 최근에는 법률안 소위원회에서 세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안이 조만간 통과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당사자인 한전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이해득실을 두고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글 / 서강석 편집장
한전은 전기판매사업자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신에 사업 영역이 전기판매사업에 국한되어 있다. 이번 사안은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이어서 자칫 전기사업법 또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일대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만 한정하는 특별한 경우이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요청해 전기사업법에서 개정되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산업부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 분야를 발전사업, 송전사업, 배전사업, 전기판매사업, 구역전기사업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사업자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영민 의원 등은 이와 관련해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높은 생산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민간기업들이 기피하고 있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서 발전사업자에 대해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라면서 당위성을 피력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일정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시장형 공기업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포함한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이용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력산업과 관련한 시장형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8개 발전사와 한전이라는 전기판매사업자만 해당돼 이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용을 의미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 위해서 ‘찬성’
한전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에 진출할 경우,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한전의 자본과 영향력으로 관련 업계가 기존 및 향후 시장을 한전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어차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박차를 가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 한전이 참여하면 어쨌든 국내 시장의 확대와 해외진출 등 근본적으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관련 협단체에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미약해 한전이라는 대기업이 참여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며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물론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각론적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당사자인 한전은 신재생사업실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법안에 대한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1차 에너지의 11.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지만, 국내 여건의 미성숙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이 검토보고서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발전사업자가 할당량을 충족하지 못해 의무불이행에 따른 과징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와 관련한 산업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발전사업자의 의무이행율은 지난 2012년 64.7%에서 2014년에는 78.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현행 제도에서는 의무불이행 물량을 차년도로 연기하는 방법이 가능해서 2014년 의무불이행율은 0.04%에 불과해 의무불이행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검토보고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와 관련 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나 현재의 위축된 시장 여건에서는 생산비용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정상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존 발전사업자가 아닌 우리나라 전력망을 총괄 운영하고 있는 공기업인 한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참여 허용 ‘반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산업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원칙에 따라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의 고유 사업 영역이 있어 사업 영역의 중복을 허용하지 않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업부는 “신재생 발전사업에 민간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신재생사업에 진출할 경우, 공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고착화 되어 중소 사업자 중심의 신재생사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등 공정한 경쟁여건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업계가 찬성하는 마당에 정작 정부는 업계의 피해를 우려해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한전에 신재생 발전사업의 겸업을 허용하는 것은 발전사업을 분리하여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송배전과 같은 비경쟁영역 사업자의 경쟁영역 진입을 금지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원칙과는 다른 내용이나, 최근, 신재생 산업계로부터 한전의 신재생사업 참여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전력계통 기술력을 갖춘 한전의 참여가 필수적임에도 겸업금지 조항으로 인해 한전이 포함된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여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용하고 이에 상응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봄.”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전은 이번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특수목적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사업을 하거나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특수목적법인에서 사업을 추가해 추진해도 무방하다. 단, 특수목적법인은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돼 사업의 영역이 한정되어 있어 또 다시 사업을 추가하려면 번거롭고 신속한 처리가 힘들다. 특히, 산업부가 반대한다면 공기업인 한전은 결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한전은 산업부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만약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률로 정한 사항이라 산업부의 눈치를 다소 받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산업부의 유관 부서는 전력산업과, 전력진흥과, 신재생에너지과 등인데, 앞의 2개 과는 반대의 입장이 명백한 것으로 보이고, 신재생에너지과는 아직까지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나 산업부의 유관 부서에서 의견을 요청하지 않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산업부는 주무 부서뿐만 아니라 산업부 장관이 이번 참여 허용 건에 대해 더욱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소한 윤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보호해야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참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시행할 조치로는, 중소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한전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취약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소규모 신재생 사업자에게 동일지역에 대한 개발 우선권, 계통연계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현재 시행 중인 태양광판매사업자 선정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책의 마련과 병행해 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행 제도에서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이기 때문에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참여하게 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지 애매모호하다. 신재생에너지를 100% 공급하는 대규모 발전사업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국회 검토보고서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전에게도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를 부여함이 타당하고, 개정안 논의 시에 신재생에너지법 상의 RPS 제도 개정에 대한 논의도 병행해야 하며, 한전이 어느 정도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연구용역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근원적으로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여의치 않아 발생한 역발상의 조치이나, 어떻게든 신재생에너지라는 친환경에너지를 후손에 물려주려는 현 세대의 의무감으로 비춰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신규허가 현황>
|
연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합계 |
|
거래소 |
327 |
38 |
109 |
321 |
795 |
|
PPA |
2,272 |
1,142 |
2,059 |
5,731 |
11,204 |
주) 거래소: 발전된 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여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사업자
PPA: 한전과 직접 장기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는 사업자(1MW 미만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자료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