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자동차 보급 정책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의 운행 목적 이외에 또다른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V2G, 즉, 전력공급이 부족한 비상시 또는 충전 여유시 전력망에 충전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를 대비한 기술적 보완책도 마련되고 있다.
글 / 서강석 편집장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전국에 속속 설치되고 있어 조만간 전국 어느 곳으로도 원하는 시간에 이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규모로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 수많은 배터리의 충전량도 무시 못할 정도여서 이를 활용한 V2G(Vehicle to Grid)가 전력수급과 비즈니스 모델 면에서 실현 가능하게 된다.
반면, 아직은 전기자동차 보급 대수가 적어 별 문제가 없지만, 전국적으로 대규모 충전이 이뤄질 경우, 전력계통에 대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상업용 전기자동차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대에 적지 않은 충전이 있어야 하고, 자동차 연료인 가스 대신에 값싼 전기요금을 선호해 전기자동차를 선택했기 때문에 전력공급 부족 시에도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 날 수 있다.
산업부는 지난 10월 13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이러한 제반 사안을 다루기 위해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차 확산을 대비하는 전력시장 제도’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부 문재도 제2차관, 서울대 김희집 교수, 전력거래소 유상희 이사장, 르노삼성 스테판 마빈 기술담당 상무, 전기차리더스협회 김필수 회장, 제주도 경제산업국장,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박규호 사장, 국제전기차엑스포 김대환 조직위원장, 중앙대학교 이종영 교수, 삼일회계법인 박태영 전무, 경북대 한세경 교수, 서울대 문승일 교수, 가천대 김진호 교수 등 정부 및 관련 산학연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산업부는 “해외의 경우에는 전기차 및 충전기와 관련한 전력망 영향, 충전 소매요금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등 제도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을 예전부터 계속해왔다”라면서, “이번 컨퍼런스는 전기차의 전력 계통에 대한 영향, 충전 소매요금 설계, 표준 및 기술 개발, 전력시장 참여, 신재생에너지 연계 등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다양한 이슈들을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짚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기차는 온실가스 감축하는 중요한 분산형 전원
또한, 산업부는 “최근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한 수단과 분산형 전원으로서 전기차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언급해 전기자동차가 단순히 운행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중요한 전원으로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의 논의가 주로 보조금, 세제지원 및 공공기관 구매 의무화 등 차량보급 확대 지원책과 충전시설 확충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던 반면, 전력시장에서 어떻게 전기차 보급을 제도적,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는 금번 컨퍼런스가 처음이다.”라고 밝혀 이제부터 정부 차원에서 V2G가 실질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산업부가 전기자동차와 관련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이 전력 부하 증가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전기사용자로서 별도로 관리하고, 내년 말까지 충전기 데이터베이스를 한전에 구축하게 된다.
이와 함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제주도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기차가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V2G에 대해서는 실증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전력시장에서 전기차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전기차와 충전기간 통신방식, 충전 및 방전 절차 등 전기차 관련 기술과 표준 개발을 위한 정책이 강화된다.
매우 유용하지만 대규모 운행에는 해결 과제 많아
이날 발표에서는 전기자동차의 유용성, 전력수급 및 전력계통에 대한 영향, 소비자 보호, 요금제, V2G, 표준 등 중요한 주제가 다뤄졌다.
르노삼성의 스테판 마빈 기술담당 상무는 지속가능한 전기차 모델로 택시와 초소형 전기차(TWIZY)를 활용한 택배, 렌탈, 카셰어링 등이 주목 받고 있으며, 전기차가 확산되면 대기오염이 개선되고, 도심 주차난도 해소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전기차의 전력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송전 제약이 발생될 우려가 있고,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운행시간이 긴 택시, 렌트카가 전기차로 대량 전환되면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송변전 계통을 고려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전기차 부하 집중지역 실증분석에 기반한 계통 변경 및 증설, 특정 주파수 이하에서의 충전 자동중지 기능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배전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적절한 부하관리를 통해 피크 시간대 충전전력을 저부하 시간대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전기차 부하 증가로 변압기 용량 초과 시에는 과열로 인한 변압기 폭발 가능성이 있고, 2030년에 제주도 전체 차량 37만대가 3.3kW의 용량의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에는 2030년 제주도 전체 전력수요인 996MW의 12.2%에 해당하는 부하가 증가하게 된다고 발혔다.
중앙대학교의 이종영 교수는 전기차 충전 사업 확산에 대비해 충전 소비자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근거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충전 시에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관련한 분쟁해결 제도, 소비자에 대한 안전교육 등을 도입해야 하며, 소매 충전요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완전시장주의, 신고주의, 인가주의 등의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의 박태영 전무는 전력 부하 관리, 수요자 그룹의 특성, 경쟁 연료에 비해 양호한 경제성 확보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북대 한세경 교수는 미국의 델라웨어 대학교에서는 BMW-Mini 15대의 180kW 전력을 활용해서 매일 5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례와 소규모 발전자원들을 모집해 전력시장과 연계해주는 중개사업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 전력시장에서의 정산규칙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문승일 교수는 V2G 시범사업을 통해 전기차 5대에 저장된 전력을 전기요금이 높은 피크 시간대에 방전해 연계된 건물의 피크전력을 최대 25kW 감소시켰으며, 전기요금도 감소되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가천대학교의 김진호 교수는 V2G와 관련해 용량시장, 에너지시장, 보조서비스시장, 수요반응시장 측면에서 전력시장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한편, 산업부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전력시장제도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오늘 전기차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분산자원 중개시장, 수요자원 거래시장, 스마트그리드 등 핵심 요소별로 10~11월 중 8회에 거쳐 릴레이 컨퍼런스를 개최해 전력분야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해외 동향을 점검하고 민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